맹그로브 생물군계는 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자연환경 중 하나입니다. 이 서식지는 바닷물의 높은 염도에 대한 내성을 가졌음에도 유연관계가 없는 다양한 식물들이 구성하고 있으며, 육지와 바다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조석차로 인해 매일 많은 구역이 몇 시간 간격으로 물에 잠기고 마르기를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맹그로브 나무의 뿌리는 파도에 밀려온 흙과 퇴적물을 붙잡아두고, 시간이 지날수록 해변을 바다 쪽으로 확장시키면서 마침내 다른 식물들도 정착할 수 있는 새로운 육지를 만듭니다. 맹그로브는 문자 그대로, 접경지역에서 극한의 삶을 살아가는 건축업자입니다.
지구의 맹그로브는 다양한 계통이 있지만, 진정한 맹그로브는 리조포라속(Rhizophora)에 속하는 종들로 한정됩니다. 하지만 계절세 초기, 세리나에 잔존하는 얇은 아열대 기후 지역에서 완전히 다른 계통의 맹그로브인, 대나무 맹그로브(Bangrove Bamboo)에 의해 비슷한 생물군계가 형성되었습니다.
댕그로브(Bangrove)는 세리나 적도 아열대 지역의 해안선에서만 발견되는 내염성 대나무 계통으로 해변에서 발아해 상당한 거리까지 바다로 뻗어나갑니다. 댕그로브는 크고 높게 자라는 뿌리줄기에서 알 수 있듯이 특이한 종류의 D형 대나무로, 성숙한 나무는 두꺼운 목질 줄기가 땅 위와 밖으로 뻗어있고, 물속을 헤엄치는 바다뱀처럼 뿌리가 흙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합니다. 물론 이 이상한 뿌리는 스스로를 최대 20피트 높이까지도 밀어올립니다.
하지만 이런 돌연변이로 생장 양상을 발달시킨 대부분의 다른 대나무들과 달리, 댕그로브는 이 목질 줄기에서 별도의 줄기를 만들어내지 안습니다. 이들의 새싹은 빠르게 자라며 절대 목질화되지 않지만, 바람이나 물 때문에 부러지는 대신 가장 높은 뿌리줄기 꼭대기에서 갈대처럼 유연한 소규모 덤불 형태로 자랍니다.
따라서 댕그로브는 이웃 식물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살아남고 번성할 수 있는 생장 양상을 대표하는 유일한 식물입니다.
댕그로브는 지구의 맹그로브와 다르게 단일 나무가 아닌 지하와 물을 통해 확산된 대규모 군락입니다.
처음에 묘목은 해변에 뿌리를 내려야 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뿌리를 넓히며 바다 쪽으로도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군체는 해안선에서 최대 3마일 떨어진 지점까지 퍼질 수 있는데, 부유 뿌리줄기가 최대 100피트 길이까지 고정뿌리를 뻗어낸 뒤 모래에 박혀 움직임을 고정합니다.
일단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착하면, 수년에 걸쳐 원래 군체의 뿌리 부분과 부유 부분을 연결했던 뿌리줄기의 연결부가 끊어지면서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떠다니는 ‘부유림(浮游林)’을 형성하게 되고, 뿌리 주변에 충분한 퇴적물이 쌓이면 새로운 섬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댕그로브의 삶은 부모의 위쪽 새순에 매달린 거대한 씨앗으로부터 시작되며, 이 씨앗은 긴 녹색 꼬투리에 3~4개씩 담겨있습니다. 다른 두 종의 대나무가 모두 씨앗을 뿌린 뒤 고사하는 반면, 댕그로브는 계속 성장하면서 씨앗이 발아하고 부모 나무에게서 떨어지기 전까지 씨앗에 영양과 수분을 공급합니다. 씨앗 꼬투리의 바닥에서는 긴 주근(主根)이 뻗어나와 꼬투리를 뚫고 물까지 내려옵니다. 꼬투리는 몇 피트 길이로 충분히 자라면 분리되어 뿌리의 무게로 인해 똑바로 서게 되며, 윗부분의 공기주머니로 인해 계속 부유하게 됩니다.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은 씨앗은 물에 떠 있는 상태로 최대 6개월 동안 생존할 수 있는데, 그 정도면 조수의 흐름을 타고 모군락지에서 먼 곳으로 이동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만일 이 씨앗이 해변에 도달해 뿌리가 모래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빠르게 자리를 잡고 뿌리가 단단히 고정될 때까지, 하루 최대 5인치까지 성장합니다. 그때쯤 되면 영양분도 거의 소진되어 3피트 정도 길이의 새잎을 만들어낼 정도만 남습니다. 댕그로브는 이때부터 1년 동안은 느리게 성장하는데, 줄기의 성장보다는 고착화를 위한 닻뿌리 성장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뿌리의 성장이 끝나면 수많은 새싹들이 피어나면서 해변을 따라 퍼지기 시작합니다.
어린 댕그로브는 유령림(幼齢林)보다는 덤불과 더 비슷한 모습이지만, 몇 년이 지나면 뿌리줄기가 땅 위로 자라나 모래 위에 있던 새싹을 들어올리면서 숲의 모습을 띄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땅속에 있는 뿌리줄기를 통해 바깥쪽으로 퍼져나갈 때 군락의 앞쪽 가장자리는 작게 유지됩니다. 뿌리는 줄기의 중량을 지지하지만 줄기가 완전히 바다에 잠겨 익사하지 않도록 해변에서 너무 멀리 나가지는 않습니다. 좀 더 오래된 목질 뿌리줄기에서 돋아난 줄기들만이 만조선 위에서 새싹이 잠기지 않게 하면서 바다 쪽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오래된 목질 뿌리줄기는 위쪽으로 자라나면서 단단한 보호 껍질을 만들고 물 위로 호(弧)를 그립니다. 마침내 땅속줄기의 성장이 멈추고, 물 위에 있는 뿌리줄기의 가지에서 목질 뿌리가 돋아나 가지를 고정시키고 퍼져나갑니다. D형 대나무의 이런 생장 형태는 땅 속에서만 뿌리줄기가 확산되는 다른 대나무 종들보다 해변에서 유리했습니다. 대나무 군체가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뿌리줄기가 크고 목질이어야 할 뿐 아니라 퇴적물 위에 있어야 합니다. 뿌리가 바다의 두꺼운 진흙층에서 자라려면 물 위에서 호 모양을 이루는 부분을 통해 산소가 공급되어야 하고, 오랫동안 물에 잠겨있는 상태에서는 새싹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대나무들이라면 댕그로브와 달리 뿌리줄기가 진흙과 해수 환경에서 살아가기에 적합하지 않고, 빠르게 익사하거나 뿌리가 진흙 속에서 질식할 것입니다. 댕그로브의 조상이 잎이 돋아나는, 좀 더 작고 약한 줄기를 진화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곳의 환경과 관련있습니다. 이 극단적인 서식지에서는 빛을 두고 경쟁할, 더 크고 공격적인 대나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댕그로브는 꽃을 피우고도 죽지 않기에 다른 원시적인 대나무보다 수명이 깁니다. 사실 몇 년에 한 번씩 꽃을 피운 뒤 줄기는 죽지만 뿌리줄기는 살아남아 새로운 줄기를 피워냅니다. 댕그로브는 처음 싹이 튼 지점에서 바깥쪽으로 무한히 퍼져나가고, 새롭게 자라난 군집 부분이 오래된 군집 부분에서 정기적으로 분리되기에 생물학적으로 보면 영생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군집의 일부가 그곳에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즉 하나의 개체가 1년 동안 둘로 나뉘는 것입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댕그로브는 ‘움직이는 맹그로브’라는 이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댕그로브는 지상과 수중 양쪽에 있어 생명의 중심지입니다. 이들은 퇴적물을 안정화시키고 육지를 조성함으로서 시간이 지나면 수천 종의 다양한 생물종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기초생물(Foundation Organism)로 간주됩니다.
댕그로브 뿌리를 중심으로 섬들이 만들어지고 커지면서, 바다에서 멀어져 염분 감수성이 떨어지는 육상식물과 동물들이 살기 적합한 장소가 생깁니다.
이들의 수혜를 받는 대표적인 조류로 우측 상단의 붉은갈대 카나리아지빠귀(Red reed canary-thrush)가 있습니다. 이들은 물 근처의 곤충들을 사냥하며 댕그로브 지역과 담수지역 모두에서 살아갑니다. 한편 줄기와 가지를 닮은 뿌리줄기들은 착생 식물들이 햇볕을 받으면서도 바다로부터 안전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발판 역할을 합니다. |
수많은 새들이 댕그로브 숲에 둥지를 틉니다. 제비꽃 요정제비갈매기(Violet ternsprite)는 초기 세리나의 식충성 조류의 후손으로, 지금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며 번식을 위해서만 육지에 상륙합니다. 물떼새를 닮은 붉은홈멧떼새(Ruddy groovecock) 한 쌍은 댕그로브 숲 바닥을 돌아다니며 긴 부리로 진흙 속에서 지렁이 같은 무척추동물들을 꺼냅니다.
기초세에 살았던 실릿스킨의 후손인 이들은 왜가리나 황새를 닮은, 다른 다양한 대형 어식성 섭금류들과 조상을 공유합니다. 이 물새들은 메기를 닮아 긴 수염이 달린 장어뱀, 굴 파는 가재 같은 다양한 먹이를 사냥합니다. 하지만 이들 중 한 부류는 유연관계가 그리 가깝지 않습니다.
비행이 가능한 이 원시 펠리카나리아는 긴 낫 모양 부리가 위로 휘어져 있으며 주걱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혀 가장자리에 난 머리카락 같은 섬모로 여과섭식을 하는 이들은 블룬이나 고래새와 먹이섭식 방법을 공유하지만, 공통 조상은 실릿스킨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로 먼 혈연관계입니다. |
화려한 뜸부기를 닮은 갈리워트의 후손은 큰 부리를 이용해 썰물 때 댕그로브의 뿌리에서 조개를 떼어내지만 수영을 하지는 않습니다. |
갈리워트의 후손 중에는 오리를 닮은 세리나 토착 수생조류도 등장했는데, 다양한 종으로 분화한 이들은 물갈퀴 달린 발을 발달시켰음에도 여전히 뛰어난 비행 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성적이형성이 나타나는 소형종 한 쌍이 먹이를 먹으러 3마리의 새끼를 등에 업고 댕그로브 숲에서 헤엄쳐 나가고 있습니다. |
댕그로브는 심지어 고유한 계통을 가진 공생 개미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개미들은 기주식물의 도움을 받는 것에 비해 조상들만큼 많은 기여를 하지는 않습니다. 댕그로브 개미는 성숙한 댕그로브의 튀어나온 뿌리줄기에 형성된 속이 빈 혹에 둥지를 틀지만, 기주식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거나 짜고 쓴 댕그로브 자체를 먹지도 않습니다. 이들은 댕그로브를 둥지로서만 활용하며, 매일 썰물이 되면 둥지에서 나와 해조류나 플랑크톤 잔해, 물고기와 새 시체 같은 먹잇감들을 모아 둥지로 가져갑니다.
밀물이 들어오면 개미들은 가장 낮은 지점에 하나뿐인 입구를 가진 자신들의 둥지로 급히 돌아갑니다. 물이 들어오면 둥지는 완전히 잠기지만, 둥지 내부는 다이빙벨처럼 공기가 가득 차 있기에 썰물 때까지 개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합니다.
댕그로브는 더 이상 개미들로부터 직접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기에 뿌리를 따라 있는, 작고 속이 빈 구근들은 개미집으로 적합한 형태를 띄지 않습니다. 때문에 개미들은 통로를 씹어서 해면질 조직까지 확장해야 하고, 뿌리가 손상을 복구하면서 더 큰 구근을 만들게 합니다. 댕그로브개미와 댕그로브의 관계는 공생에서 기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바다 근처에서 번성하는 극소수의 곤충 중 하나인 이 개미들은 머드위킷과 주정뱅이새(Ditze)들에게 잡아먹힙니다. 주정뱅이새들은 먹이인 개미를 찾아 나뭇가지를 질주하다가 그대로 떨어지거나, 공중제비를 돌거나, 곤충을 잡으려 낮은 가지로 내려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출처:
https://sites.google.com/site/worldofserina/the-cryocene-50---75-million-years/bamboo-mangro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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