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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나 - 새들의 세계/계절세

세리나: 새들의 세계 - 5,000만년기 - 계절세의 대나무 다양성

by 웅크린 바람 2024. 5. 31.

계절세가 시작되면서 대나무는 가장 성공적인 식물 계통 중 하나가 되었고, 아열대 적도의 일부 서식지에서는 숲 군락을 독점적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조상과 마찬가지로 빠른 성장, 강건함, 높은 적응력을 갖춘 이 종은 세리나 탄생 5천만 년 뒤 여러 형태로 새롭게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단 일러스트는 계절세 세리나의 대나무에게서 나타난 각기 다른 네 종류의 생장 습성입니다. AB C, D의 조상으로서 거대한 땅속줄기에서 개별적으로 여러 줄기가 돋아나는 형태로 성장하며, 땅속줄기를 통해 어느 방향으로든 거의 무한정 퍼질 수 있습니다. 비록 이런 확산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우 비옥한 땅과 습한 기후가 필요했지만, 빠르게 서식지를 확장할 수 있는 이 능력 덕분에 대나무는 세리나 초기에 우세종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나무는 보통 수십에서 100년 동안 성장하면서 군락을 넓히다가 꽃을 피운 뒤 죽고, 새로 묘목이 돋아나 10~20년 동안 군락을 복구하며, 이 습성은 사막 대나무를 포함해 현재 많은 세리나 대나무 종들에게 남아있습니다. 군락의 각 줄기는 수명이 몇 년 정도에 불과하며 줄기가 일정 높이에 도달하면 성장이 멈춥니다.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죽은 줄기를 대신할 새 줄기가 뿌리줄기에서 계속 돋아나며, 뿌리는 주근(主根)이 없고 얕게 묻혀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등장한 돌연변이 대나무들은 확산 속도와 지상줄기의 수를 줄이는 대신 개별 줄기의 성장과 수명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자했습니다. 이들은 비록 성장 속도가 느려졌지만, 시간이 충분하다면 경쟁자들보다 더 크게 자라고 개별 줄기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진짜 나무와 같은 모양과 생육 양상에 도달하기 위한 초석이었고, 수분이나 토양 내 영양분이 척박한 생태계에서 특히 유용했습니다. 소수의 줄기만을 키워내는 대신 줄기의 부피를 점점 늘리면서, 이들은 A형 대나무 군락의 그늘을 포함한 비교적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공격적인 대나무가 굳이 흡수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기다린다면, 이들은 결국 캐노피를 뚫고 경쟁자를 압도하는 높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B형 대나무는 여전히 땅속뿌리에서 줄기가 자라지만 조상보다는 훨씬 그 숫자가 적으며, 본 줄기와 가까워 군락지보다는 작은 관목의 형태로 성장합니다.

자연적인 천이 과정에서 B형 대나무 숲은 약 100년에 걸쳐 A형 대나무 숲을 대체하는 경향이 있는데, A형 대나무는 초기 미개척지에 빠르게 퍼지지만 꽃이 필 때쯤이면 B형 대나무가 성장해 그늘을 만들기에 A형 대나무의 묘목은 충분한 햇빛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C형 대나무의 생육 양상입니다. 이 유형은 B형 대나무의 확장형으로, 땅위줄기를 하나만 만들고 2차 줄기는 거의 만들지 많습니다. 뿌리줄기가 줄어든 대신 큰 주근(主根, 원뿌리)를 통해 깊은 지하에 있는 물과 영양염류를 흡수합니다.

이들은 대나무 중 성장이 가장 느리지만, 노출된 건조 언덕이나 토양이 거의 유실된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유형입니다. C형 대나무의 단일 지상줄기는 몇 미터 폭까지 자랄 수 있지만 속이 비어있으며 일반적인 나무처럼 목질화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줄기 내부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조직은 고리 모양 단면에서만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C형 대나무는 해바라기 나무 같은 목질 식물보다 가벼우며, 묘목 때는 강풍이나 날씨에 취약하지만 크게 자라면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질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C형 대나무의 첫 주자는 기초세 중기의 모노비투스 나무였습니다. 이들의 조상처럼 아직 대부분의 종들은 적은 수령에 개화하고 종자들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다시 자랄 수 있도록 모든 에너지를 쓰고 고사합니다. 하지만 다른 종들은 평생 동안 성장하면서 개화의 밀도를 줄이는 대신 빈도를 높임으로서, 한 번에 생산하는 종자의 수가 줄어드는 대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더 많은 종자를 생산합니다.

 

개화 후에도 죽지 않는 나무종의 경우 부모와 경쟁하지 않을 정도로 멀리까지 씨앗을 멀리 보낼 방법을 찾아야 했고, 모노비투스 나무의 후손들은 공생 개미를 이용했습니다. 이제 이 개미들은 나무 내부에서 살아가면서 경쟁 식물과 해충들을 제거할 뿐 아니라 여왕개미를 통해 씨앗을 퍼트려 주는 역할도 담당합니다. 여왕개미는 적당히 양지바른 토양을 찾으면 군락을 만들기 위한 굴을 파고 땅속으로 씨앗을 가져갑니다. 새싹이 돋으면 개미들은 본능적으로 새싹을 보호하고 토양의 잡초를 제거하며, 충분히 자란 묘목은 마디 사이에 개미들이 들어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단일 군체는 기주 나무에 최대 20년까지 머물 수 있으며 이는 여왕개미의 최대 수명과 동일하고, 여왕개미의 수명이 다하면 군체도 붕괴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른 여왕개미가 나무에 들어와 새로운 군체를 만들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사실 성숙한 나무를 두고 수십 마리의 여왕개미들이 서로 다툴 정도이며, 일부 여왕개미들은 같은 줄기라도 다른 높이에서 왕국을 만들기도 하지만 전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C형 대나무는 유성생식으로 얻은 씨앗을 통해서만 퍼지기 때문에 다른 대나무에 비해 유전적 다양성이 높고, 따라서 유성생식을 거의 하지 않는 다른 대나무 종보다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빠르게 획득하며 환경 변화에도 잘 적응합니다.

 

C형 대나무는 계절세가 시작되면서 개미와의 상리공생 관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고 번식을 위해 특정 개미 종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었지만, 모든 생장형태의 대표종들은 해충과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해 개미를 끌어들여 은신처와 (종에 따라) 먹이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A형 대나무는 개미에 대한 의존도가 보조적인 수준으로 가장 낮은데, 이들은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다른 식물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상종인 A형 대나무의 빠른 성장은 어쩌면 성장이 느린 다른 대나무 종들과 개미 사이의 상리공생 관계에 기여한 요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공생 관계의 개미들이 대나무가 경쟁에서 밀리기 전 주변의 다른 식물들을 잘라낸다면 생물학적으로 불리한 점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성장이 빠른 대나무들이 자신이 기주 식물로서 유리하다는 점을 이용해 개미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수백 종의 대나무들이 더 많은 종류의 공생 개미종들과 상리공생 관계로서 영역을 두고 물밑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면 이웃의 가지를 잘라버립니다.

세리나의 대나무 숲은 특히 수관 기피(나무의 꼭대기 부분이 서로 닿지 않는 현상; 역자)가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만일 서로 다른 개미 군락이 사는, 서로 다른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게 되면 어느 군락이든 개미들이 곧 가지치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D형 대나무는 전혀 다른 진화경로의 산물입니다. 이 식물들은 돌연변이가 일어난 결과 하나의 식물에서도 전혀 다른 두 가지 성장 방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뿌리줄기에서 돋아난 줄기는 다른 식물들처럼 윗부분이 성장하면서 잎이 자라나지만, 이 유형의 대나무는 아랫부분에서도 성장이 이루어져 뿌리줄기의 여러 부분들이 땅 속에서 점점 길어지다가 흙 위로 노출되고, 어떤 장소에서는 지면에서 10미터 위까지 올라가 줄기 아랫부분을 흙에서 꽤 높이 떨어진 높이까지 끌어올립니다.

어떤 면에서는 A형 대나무와 성장 형태가 매우 유사한 이 D형 대나무는 수령이 증가함에 따라 많은 목질 줄기에 의해 지탱되고,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은 경쟁 나무종들보다 더 높이 자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화한 모든 대나무들 중 오직 이 D형 대나무만이 진정한 나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데, 수직성장이 이루어진 뿌리줄기 때문에 목질화된 줄기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줄기는 뿌리줄기에서 고사하고 다시 자라나기를 반복하지만, 뿌리줄기는 이제 숲 바닥에서 높이 떨어져 있기에 그늘진 하층을 통과하지 않고 처음부터 햇볕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D형 대나무는 A형 대나무와 비교했을 때 울창한 삼림환경에서는 우위를 점하지만 개활지의 선구식물로서는 밀리는 편입니다. 뿌리줄기가 토양에서 솟아올랐을 때 줄기가 추가적으로 자라게 되면 불안정해져서 쉽게 부러지기 때문입니다.

숲에서는 이웃한 식물을 지지대로 삼아 줄기를 지탱할 수 있지만, 개활지에서는 줄기가 지탱할 구조물이 없기에 바람에 쉽게 넘어집니다. 따라서 두 종류의 대나무는 개방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A형과 숲에서 살아가는 D형으로 생태적 지위를 나눠가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D형 대나무는 A형 대나무가 우점종인 숲 환경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기에 이들의 장기 생존은 다른 성장유형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는 D형 대나무가 계속 생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져야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경쟁자들을 완전히 능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D형도 A형과 마찬가지로 꽃을 피운 뒤 죽으면서 최종적으로 B, C형 대나무에 의해 숲이 대체되는 천이(遷移)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천이의 극상 단계에서 우점종이 되는 것은 대나무가 아닌 성장이 느리고 장수하는 해바라기들입니다. 이들은 캐노피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그늘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