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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BAP 유니언 호 방문기 - 2023년 9월 11일

by 웅크린 바람 2024. 1. 31.

 

 

9월 10일. 학기 초반이라서 아직 일정이 많지 않았기에 자취방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페루 해군의 훈련용 범선 BAP 유니언 호가 이번에 부산 영도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0개월 동안 전 세계를 한 바퀴 도는 세계일주 항해 도중 우리나라에 방문한 것이다.

단순한 입항이 아닌 시민 개방행사인 데다가, 이번이 아니면 평생 못 볼 배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다음날 시간을 맞춰 터미널로 향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본 유니언 호. 

범선이라 그런지 밧줄이 엄청나게 많았다. 이 밧줄들이 전부 돛대를 지탱하고 돛을 조절한다는데, 이걸 다 외웠던 옛 사람들이 대단할 뿐이다.

 
유니언 호의 초상화
항해경로

 

유니언 호는 범선답게 4개의 돛으로 항해하고 무풍지대에서만 엔진을 쓴다고 한다.

원래 사관생도들을 위한 훈련함이라서 바람과 파도를 이해하며 항해하는 법, 그리고 지도와 나침판과 별을 읽으며 바다에서 길을 찾는 방법을 배운다는데, 아마 해군으로서 바다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돛대의 밧줄들을 정리해놓는 장소. 밧줄이 이렇게 많으니 잘못 엉키거나 꼬이면 그걸 정리하는 일도 어려울 것이다.

 

 
작은 대포
 
배에 붙어있던 황동판. 어떤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배의 건조 의의를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조타륜.

특이하게도 조타륜이 두 개나 있었는데, 배에 방향키가 여러 개 있는 걸까? 어떻게 연계해서 운항하는지 궁금하다.

배에 매달려 있던 함재정. 범선 시대에는 이런 작은 보트를 싣고 다니면서 물자나 인원 운반, 상륙, 인명 구출 등 잡다한 일에 썼다고 한다.
 
함재정 내부.

 

 
캡스턴(Capstan)

배의 닻을 끌어올릴 때 쓰는 장치.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닻도 점점 커져서 사람의 힘만으로는 끌어올리기 힘들어지자 이렇게 닻을 끌어올리는 장치를 별도로 만들었다.

캡스턴을 돌릴 때 서로 호흡을 맞춰야 했기에 이 과정에서 뱃사람들이 '뱃노래'를 만들었던 것은 덤.

 
 
 

함교의 내부 항법장치. 외부는 범선이지만 내부는 최첨단이다.

사족으로 몇 년 전에 화물선에 돛을 달아서 연료 소모를 줄여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가

유가 하락으로 관심이 줄어든 걸로 알고 있다.

 

돛대. 범선을 운용할 때는 바람의 흐름과 파도의 방향에 맞춰 저 수많은 밧줄을 정확히 조절해서 돛을 운용해야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다시 드는 생각이지만, 그때 뱃사람들은 저 많은 밧줄들을 어떻게 외웠을까?

여러 인물들을 소개하는 전시물. 이 배는 단순한 훈련함 외에도 외국을 방문했을 때 문화교류의 장이자 이동식 문화원 역할도 맡는다고 한다.

 
갈대 배 모형

폐루와 볼리비아 사이에 위치한 배가 다니는 호수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티티카카

(티티카카 자체가 '큰 퓨마의 호수'라는 의미다)에는 갈대로 배와 인공섬을 만들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아마 그걸 반영해서 만든 작품이리라.

페루의 다양한 상품들을 소개하는 전시물. 알파카나 커피, 관광 명소 등을 다루고 있었다.

 

그렇게 배의 다른 부분들을 마저 둘러보고 배에서 내렸다.

배 후미에서 휘날리는 수많은 깃발들. 마침 날씨도 좋고 바람도 적당해서 멋진 분위기가 나왔다.
비록 폐루가 특별히 크거나 강한 나라는 아니지만, 여러 모습을 감안하면 저렇게 휘날리는 깃발처럼 나아갈 미래가 그래도 밝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젊은이가 많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게 유니언 호와의 만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 한국 해양대학교 실습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