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집으로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한 지리산 자락의 절 천은사에 방문했다.
화엄사,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 중 하나로, 신라 시대 처음 창건되어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하지만 이곳은 탐조가들에게 있어서도 꽤나 중요한 곳인데, 대한민국 최후의 양비둘기(Columba rupestris) 개체군이 남은 몇 안 되는 장소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양비둘기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흔했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바위비둘기(Rock Dove, Columba livia)가 무분별하게 풀려나면서 경쟁에서 밀리고, 잡종 비둘기들까지 생겨난 결과 지금은 지리산 화엄사와 천은사를 포함한 구례, 경기도 연천, 전라남도 고흥 등 몇몇 지역에 소수가 겨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보면 매우 흔한 동물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흔적조차 찾기 힘든 친구들이라는 점에서는 다름이 없다.
그래서 천은사 방문 때도 혹시나 양비둘기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방문했다.
천은사 천왕문에 위치한 사천왕 조각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증장천왕, 지국천왕, 다문천왕, 광목천왕이다.
불교에서는 이 네 명이 수미산의 사방위 하늘을 지키면서 불법을 수호한다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이들 중 다문천왕만은 대부분 보탑을 들고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절에 방문하면 이런 사천왕 조각상은 늘 무서워 후다닥 지나가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이 조각상들이 어떤 의미를 담은 것들인지 알게 되면서 두려움이 줄었다.
천은사의 여러 나무들. 보리수나무도 여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원래 천은사에는 아주 오래된 보리수나무가 여럿 있었지만, 지금은 가장 오래된 나무도 200~300년 정도라고 한다.
천은사에 복장된 진신사리. 석가모니께서 남긴 진신사리는 우리나라에도 몇 없다고 한다. 아쉽게도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천은사 건물 안에서 찰칵.
아쉽게도 양비둘기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아마 그때는 내게 아직 자격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언젠가 자격이 있을 때 다시 찾아와라'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내려오는 길에서 찍은 호수의 사진.
이번 여행은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바빴던 것 같다.
그래도...
즐거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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