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나: 새들의 세계 - 기초세 1,500만 년 후 - 작은 섬의 공포

세리나 탄생 1,500만 년 후, 세리나의 대부분은 춥고 건조한 기후를 맞이하기 시작했습니다. 환경 조건이 조금 더 거칠고 불안정해짐에 따라 생명은 이런 변화에 적응해야 합니다. 극지방에서 처음으로 눈이 오기 시작했고, 평원에는 주기적으로 가뭄이 찾아옵니다. 또한 거대한 육식 조류들이 등장해 자신들의 친척들을 육지와 하늘을 가리지 않고 사냥합니다. 새들의 세계에 평화로운 시작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통용되지는 않습니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세리나의 섬에서는 본토와 다른 선택압이 작용합니다. 가장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적도상에 위치한 키란(Kyran) 제도에서는 물과 온기가 요구되지 않습니다. 그 섬들은 테라포밍 이후에도 동식물의 생존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 거의 변하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이 섬들의 중앙에는 열대우림 기후가, 북쪽에는 따뜻한 사바나가, 남쪽에는 온대 초원이 존재합니다. 이곳에서 풀들은 고습도에 반응해 키가 크게 성장했고, 대나무는 없지만 초원의 풀들은 비슷한 형태를 취하면서 두꺼운 줄기를 발달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 키 큰 갈대들은 습한 환경에서 30피트까지 성장하면서 무성하고 두꺼운 숲을 형성하기 시작하고, 해변에서는 클로버들이 목질 줄기와 잔가지를 발달시키며 나무와 같은 형태로 진화하기 시작합니다. 수분 매개자 역할을 하는 곤충이 없는 환경에서, 대부분의 현화 식물들은 씨앗을 퍼트리기 위해 강한 해풍에 의존하며 열매를 맺는 종들은 거의 없습니다.

 

 

키란 제도는 이제 수십 종에 달하는 고유종 조류들의 서식지가 되었으며, 일부는 현존하는 최대 크기의 종들입니다. 세리나의 초창기였던 하이포스트세, 세리나의 전 지역에서 포식자가 없는 환경에 노출된 새들은 빠르게 비행 능력을 잃고 지상에 적응했고, 일부는 매우 거대하게 진화했습니다.

웜블러 같은 거대하고 무력한 새들은 빠르게 거대화 과정을 거쳤지만, 이후 등장한 뛰어난 포식자들이 이들을 사냥하면서 대부분 멸종했습니다. 하지만 키란 제도의 비슷한 새들은 고립된 서식지에 대형 육식동물이 없어 살아남았고, 이 날지 못하는 카나리아들은 멸종하는 대신 웜블러보다도 더 크게 자라게 되었습니다.

처브버드(Chubbird)라 불리는 이 거대 카나리아 과들은 육식성 스카이크와 그 친척들이 없는 고립된 섬에서 번성합니다. 체중 900파운드에 키 10피트까지 자라는 이 거대 핀치들은 안치스칸 범람원이나 다른 지역에 살던 비슷한 새들과는 혈연관계가 없으며, 그 조상들은 이 섬에 상륙한 뒤 유사한 선택압에 의한 진화의 결과 비슷한 외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웜블러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다리가 튼튼하게 발달하는 동안 날개는 완전히 퇴화했으며, 마찬가지로 둥글고 뚱뚱한 몸통과 튼튼한 다리는 거대한 볼링핀을 연상케 합니다. 섬에서 이들을 위협할 대형 포식자가 없기에 움직임은 느립니다.

 

가장 거대한 처브버드에 속하는 종 한 쌍이 해변을 거닐고 있습니다. 수컷은 암컷보다 더 화려하며 구애를 위해 목주머니를 진동시킬 수 있지만, 노래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등 구애 활동은 매우 축소되었습니다.

 

 

처브버드는 초식성으로, 섬의 모래 해변에서 자라는 나무 클로버의 커다란 견과와 나뭇잎, 새싹을 먹이로 삼습니다. 클로버는 새들이 먹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씨앗을 만들어내고, 새들은 씨앗을 먹기 위해 더 크고 단단한 부리를 발달시켰습니다.

이들은 풍부한 자원으로 인해 모든 영역성을 버리고 섬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수컷들은 주변의 짝을 유혹하거나 영역을 보호할 필요가 없기에 노래하는 능력을 잃었습니다. 이 섬에서 이들의 덩치에 필적하는 생물은 없고, 때문에 성체들은 사고나 질병이 없다면 75년까지 살 수 있습니다.

처브버드에게는 완벽한 삶으로 보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성체들은 그 어떤 천적도 없고, 몇 안되는 육식 조류들보다도 크며, 경쟁자들도 없이 수십 년이나 살아가는데도 키란 제도는 처브버드들로 미어터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들의 개체수는 적고 그 밀도도 낮아 먹이의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더 많습니다. 이 차이점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햇빛이 드는 해변을 떠나 내륙으로 1마일 정도, 숲 속에 위치한 덤불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들의 생태학적 관계는 지구에서도, 새들의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형태로 진화해 왔습니다.

 

 

보통 처브버드는 해변 근처에서 평생을 살아가지만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것은 내륙의 숲 속, 그늘지고 초목이 무성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새끼들은 작열하는 태양과 거친 해풍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암컷들은 이곳에서 큰 무리를 지어 둥지를 짓고 새끼를 돌봅니다. 그런데 섬은 꽤 크지만, 모든 암컷들은 무리지어 안전을 추구하려는 것처럼 몸 너비의 1~2배 정도밖에 안 되는 간격으로 둥지를 가깝게 짓습니다.

섬에는 새끼들을 공격할 만한 육식 조류로 바닷새나 소형 매카나리아가 있지만, 이들은 줄기가 빽빽한 풀숲까지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일까요?

 

수컷 처브버드들은 절대 해변을 떠나지 않습니다. 수컷들의 양육본능이 오랫동안 축소되었기 때문이죠. 이들은 번식을 위해 살아가면서, 해변을 거닐며 보이는 암컷들에게 춤을 추고 화려한 목주머니를 보여주며 구애하지만, 교미 이상을 하지는 않습니다. 한편 암컷은 10개 이상의 큰 알들을 흙구덩이에 낳고 한 달 동안 돌봅니다.

알들은 성체와 마찬가지로 섬의 어떤 동물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단단합니다. 하지만 부화한 새끼들은 어미에 비해 매우 작으며(그래도 10~12파운드에 달하며, 성체 고양이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털이 없고, 분홍색 피부에 눈과 귀가 닫혀 무기력한 점은 평범한 새끼 카나리아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들은 부모에게 극도로 의존적이며, 새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미에게 입을 벌려 먹이를 받아먹는 것뿐입니다.

암컷은 모이주머니의 특별한 세포를 통해 자신이 섭취했던 견과류로부터 지방이 풍부한 액체를 생산하고, 일주일 동안 암컷은 둥지를 떠나지 않은 채로 매 시간마다 새끼들에게 먹입니다. 이 첫 주 동안 새끼들은 체중이 3배로 늘어나고 눈도 뜨게 됩니다. 일주일이 지나면 새끼들은 깃털이 돋기 시작하며 체중도 150파운드에 달합니다. 이제 암컷들은 먹이를 먹기 위해서 새끼들을 두고 해변으로 향합니다.

 

 

이제부터 새끼들은 무서운 위험과 마주하게 됩니다.

 

어미 처브버드가 떠난 지 불과 몇 분 후, 둥지 주변의 그림자 속에서 졸곧 이 순간을 기다리던 은밀한 스캐빈저들이 나타납니다. 이들은 딸깍거리며 갈대 속에서 천천히, 부지런히 걸어나옵니다. 구슬 같은 눈은 눈앞의 무력한 새끼새들을 향하고, 길고 뾰족한 다리로 미끄러지듯 접근합니다. 이 괴물들은 갑주로 덮힌 몸체와 거대한 분쇄용 집게발로 무장한 채 새끼새들에게 접근한 뒤, 긴 강모 같은 더듬이로 두들기며 새끼들을 압박합니다.

해안이 비어있고 어미새가 없는 것을 확인하면, 거대한 육지 집게들이 둥지로 기어오르기 시작합니다. 각 새끼새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전략은 발버둥치며 둥지 한가운데로 향하고 형제들 사이로 파고드는 것이지만,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이기에 오랫동안 버티지는 못합니다. 처음 집게들은 새끼 새들의 다리를 붙잡고 잡아당기며 취약점을 찾습니다. 강한 새끼 새들은 몸부림치며 집게들을 물러나게 할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충분한 수의 집게들이 몰려들면 그들 중 가장 작고 연약한 새끼를 사냥합니다. 일단 피가 뿌려지면 광란의 축제가 시작됩니다. 이들은 피 흘리는 새끼새에게 몰려들어 다리를 시작으로 한두시간 만에 뼈만 남기고 먹어치웁니다.

카란 제도에는 거대한 육지 집게들이 서식하며, 일부는 농구공 지름만큼 커집니다. 이들은 어미가 새끼들을 남겨둔 사이에 무리를 지어 무방비한 새끼새들을 노립니다. 어미가 먹이를 찾으러 나갈 때마다 살아남은 새끼들은 점차 줄어듭니다.

 

많은 처브버드들이 무리지어 둥지를 트는데, 암컷들이 둥지를 비우는 시간대는 각자 다릅니다. 둥지를 비우는 것은 몇 시간에 불과하며, 만일 암컷이 돌아오면 집게들은 후퇴해야 합니다. 들키면 밟혀 죽기 때문이죠.

 

하지만 새끼들이 자랄수록 어미가 둥지를 비워야 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그때마다 암컷은 더 크지만 적은 수의 새끼들을 남겨두게 됩니다. 새끼 새들이 성장할수록 집게들도 대담해져서 더 큰 무리를 이루어 습격합니다.

이 때문에 집게들의 공격을 버텨낼 정도로 성장하기 전까지, 전체 새끼 새 중 85% 이상이 부화 후 첫 3주 동안 사망합니다

 

하지만 이 첫 공격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새끼 처브버드들은 형제자매들보다 훨씬 운이 좋지 않을 수 있는데, 집게의 위험을 피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9주는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사회성을 전혀 발달시키지 않았으며, 대신 섬에서 유일하게 위협적인 포식자인 집게들과 기이하고 난폭한 군비경쟁을 벌인 결과 민첩성 대신 덩치를 불리는 식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이들은 게임버드(Gamebird, 사냥용 새; 역자)보다는 작은 명금류의 성장 패턴을 유지하고 있으며, 적에 대응하기 위해 회피 능력을 발달시키는 대신 집게의 공격으로부터 버틸 수 있도록 더 크게 성장하는, 피드백 루프에 휘말렸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진화를 통해 대형화될수록, 이들은 이 군비 경쟁에 더 깊숙이 말려들게 됩니다.

 

마침내 새끼 처브버드들은 성체의 절반 크기로 성장해서 스스로의 몸을 지킬 수 있게 되기 전까지, 땅에서 몸을 움직이고 어미의 먹이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대하지만 무력한 지방과 깃털 덩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체중은 300파운드까지 늘어나 집게들이 죽이기에는 너무 커졌지만, 집게들은 여전히 어미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새끼의 등에 기어올라 살아있는 상태에서 살점을 뜯어먹습니다.

 

몇 주 동안 집게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새끼 새들도 아직 집게의 포식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비록 집게들이 죽이기에는 너무 커졌지만, 여전히 무방비 상태이기에 게들은 새끼들이 살아있더라도 계속 괴롭히고 살점을 뜯어먹습니다. 새끼 새들이 커질수록 소라게들의 공격을 버텨낼 수 있기에 가장 큰 개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압이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들이 어릴 때 도망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더 효과적인 진화 방향으로부터 멀어집니다. 실제로 새끼 새들이 더 크게 자랄수록 집게의 공격으로부터 취약해집니다.

 

능지형을 당하며 살아가는 처브버드의 새끼 시절보다 더 끔찍한 지옥은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백 마리의 새끼 새들 중 한 마리 정도는 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비록 홀로 남게 되었지만 충분히 크게 자라 집게들을 쪼아서 쫓아낼 수 있게 되고, 더 이상 부상을 입을 이유도 없게 되어 마침내 둥지를 떠나 해변의 성체들에게 합류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둥지를 떠나기 전에 집게들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더라도 공격에 의한 쇼크나 감염으로 죽기도 하고, 성체가 되는 극소수 개체들 중에는 공격으로 인해 발가락이나 날개가 결손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일단 위험을 피해 떠날 수 있게 되면 게들은 더 이상 아성체들에게 위협이 되지 못하며, 상처도 대부분 치유되어 깃털로 덮입니다. 이들은 성체들의 평화롭고 안전한 삶을 얻으며, 얻은 것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집게의 포식은 처브버드 개체수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제한 요소입니다. 처브버드는 전형적인 K-전략가(적은 수의 자손을 집중적으로 키워냄; 역자)가 보이는 개체 밀도를 보이며, 긴 수명을 대신해 소수의 자손만을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새들은 사실 극단적인 r-전략가(다수의 자손을 낳는 대신 집중적으로 키우지는 않음; 역자)로서, 성숙기까지 살아남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자손을 낳습니다. 처브버드가 자신이 돌볼 수 있는 능력보다 훨씬 많은 알을 한배에 낳는 대신, 열 마리 중 한 마리는 섬의 육상 집게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자란다는 전제를 가집니다. 부모 새의 긴 수명은 새끼의 높은 사망률을 보완하기 위한 2차 적응의 결과입니다. 수명이 길수록 더 많은 번식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번식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어미는 막대한 자원을 소모하기에 2~3년 주기로만 둥지를 틀 수 있습니다.

 

처브버드는 일반적인 조류보다는 조개나 참나무와 더 유사한 번식 방식을 발달시켰습니다. 일단 성체가 되면 거의 위협을 받지 않고 장수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개체들이 유아기에 사망하기에 한 마리라도 성체로 성장하려면 다수의 새끼들이 태어나야 합니다. 만일 수컷 처브버드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새끼들의 생존률은 더 높았을 것이고, 이는 집게들이 새끼들을 사냥하게 된 것이 수컷이 양육본능을 상실한 수백만 년 전보다 최근에 시작되었음을 암시합니다. 또한 수컷이 다시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불행히도 환경은 변하고 있고, 키란 제도에서 처브버드의 황금시대는 그리 길지 않을 것입니다. 게들이 항상 상위 포식자가 아니었던 것과 마찬가지죠. 더 효과적인 육식 조류들이 섬에서 진화하며 집게들의 생태 지위를 차지하고, 처브버드들은 결국 웜블러와 마찬가지로 전문화의 덫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지나치게 커진 새끼새들은 육지 집게들의 공격을 버텨낼 수는 있지만 육식 조류들보다도 더 크게 성장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새로운 포식자들과 경쟁자들이 진화하면서 섬들은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고, 키란 제도에서 이들의 시대는 수백만 년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멸망한 뒤에도, 처브버드의 삶과 독특한 포식자, 피식자 관계는 일반적인 선택압이 없는 고립된 섬에서 진화할 수 있는 기묘한 관계의 예시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출처:

https://sites.google.com/site/worldofserina/the-tempuscene-11---50-million-years/the-little-island-of-horrors

Serina: A Natural History of the World of Birds - The Little Island of Horro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