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스카 북부: 1,500만년 후
북부 육지는 현존하는 가장 큰 온대사막 지역으로 면적은 캘리포니아의 세 배에 달합니다. 범람원 최북단 가장자리에서 북쪽으로 250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더 높은 고도에서 완전히 다른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대륙 중심에 비가 내리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해안에서 비가 내리기에 중심부로 갈수록 점점 더 사막화됩니다.
북안치스카는 중앙 범람원의 드넓은 습지에서 남쪽의 넓은 열대우림, 온대 사바나부터 북쪽 툰드라를 거쳐 삼림까지 매우 다양한 생물군계를 가진 대륙입니다. 이번에 우리가 방문할 곳은 그 중 하나로, 남서부 안치스카의 해바라기 숲과 건조 사막 내부 사이에 군데군데 소규모 사바나가 있습니다.비록 나무는 내륙으로 갈수록 밀도가 줄어들고 작아지지만, 지표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하수를 통해 이 지역에서 가장 뜨거운 중심지역까지 생물들이 살 수 있도록 생명선을 계속해서 만들어냅니다.
이들은 잡식성이며 서식범위는 직경 수백 마일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서 수백만 마리가 지상을 달리고 짧은 날개를 퍼덕이며 번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귀엽지만 체중은 몇 온스에 불과하고, 이제는 세상에서 거의 사라진 초기 계통의 생존자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끈질기게 살아갑니다. 잠깐 날아오르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음에도 지상에서 애벌레와 풀씨를 먹고 살아가는데, 포식자들이 가득한 이들의 서식지에는 숨을 곳도, 자신을 지킬 무기도 없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요?
그 답을 알기 위해서는 이들의 서식지를 더 들여다봐야 합니다.
풀은 여전히 이 외곽지역에 풍부한 편인데, 자세히 보면 알로에나 유카와 매우 비슷한, 두껍고 튼튼한 잎을 지닌 종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수하고 가시투성이인 민들레 관목들과 함께, 이 풀들은 땅으로 낮게 자라면서 근연종들에게서는 찾기 힘든 화려하고 꿀이 풍부한 꽃 줄기들을 피웁니다. 이는 세리나에서의 생태학적 공백의 결과로서 꽃가루를 퍼트리기 위해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한, 풍매화에서 충매화로 진화 중인 잔디과의 새로운 분파입니다.
이 특이한 잔디들은 열매를 맺으며, 단단한 섬유질 씨앗이 손상되지 않고 새들의 소화기관을 통과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씨앗을 덮는 과육을 생산합니다. 이는 씨앗을 주식으로 하는 새들 때문에 생존하는 씨앗이 극히 적어 기는줄기와 뿌리줄기를 통한 무성생식으로 번식하던, 다른 풀들에게 큰 경쟁자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울창한 숲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해바라기 나무(대부분은 아직 휴면기지만, 한 그루가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는 여전히 이곳에서 비교적 규칙적으로 풍경을 바꿉니다. 크고 가지가 축 늘어진 이들은 잎이 무성할 때는 나무처럼, 휴면기에는 선인장처럼, 개화기에는 조상들과 크게 바뀌지 않은 큰 노랑색 꽃들을 피워내며 정체성이 불확실한 키메라로 존재할 것입니다.
일단 잎들이 무성하게 자라면, 습지를 떠나 고지대의 사바나를 찾아온 아드구스 같은 방랑자들에게 그늘을 제공합니다. 그녀는 이제 길고 강한 다리로 돌아다니며 먹이인 거친 풀에 훨씬 잘 적응한 결과 가장자리가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혁신에 도달한 세리나의 첫 조류입니다. 그녀는 아드구스 계통의 새로운 계보로서, 안치스카 대륙을 건너 퍼지면서 탁 트인 초원와 먹이에 적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며, 이제 그녀가 달려야 할 이유인 포식자가 생겼습니다. 비록 200파운드에 달하는 그녀는 다른 명금류들과 달리 황조롱이를 닮은 공중 포식자인 매카나리아(Falconaries) -슈라이커에서 진화해 완벽한 비행이 가능한, 더 치명적인 조류 전문 사냥꾼- 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나름의 고민이 있습니다.
500만 년 전 초식동물이었던 액스빌의 분파 중 하나가 ‘스카이크(Skykes)’로 알려진, 더 크고 무시무시한 포식자들로 진화한 것입니다. 그들은 본래 기회주의적 잡식동물로서 날카로운 부리로 땅을 뒤지거나 작은 먹잇감을 사냥했지만, 이제는 준 육식동물로서 새끼들과 알을 노리는 데 특화된, 날카로운 부리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들은 그 조상보다 훨씬 성숙한 새끼를 낳으며 부화 3일 만에 어미를 따라다닐 정도입니다. 비록 스카이크들은 성체 아드구스를 사냥할 정도는 되지 못했지만 초기 세리나의 최초의 대형 육식동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초기 세리나에 포식자가 없었던 결과 탄생할 수 있었던 웜블러들은 거대한 포식자들이 등장한 이상 곧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의 발 밑에서, 바닷가재를 닮은 거대한 절지동물이 흙을 파헤치면서 영양가 많은 뿌리와 덩이줄기를 찾습니다. 체중이 2파운드(새끼 고양이 수준)나 나가는 이 거대한 귀뚜라미는 세리나에서는 중간 체급에 불과합니다. 경쟁자가 없는 환경의 세리나에 도입된 귀뚜라미는 지하에서 다양한 생태적 지위를 폭발적으로 분화시켰으며, 초기의 다른 무척추동물과 달리 여전히 지하의 지배자들입니다. 하지만 이 귀뚜라미는 지하 굴에서 혼자 지내지 않습니다. 수많은 작은 새들이 지상의 위험을 피해 귀뚜라미의 땅굴 속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상성 카나리아로 땅 위의 친척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스스로 땅굴을 파지는 못하지만 자비로운 이웃 덕분에 다른 새들은 쓸 수 없는 은신처를 제공받습니다, 이것이 그들의 생존 비결이죠.
그런데 이 이웃이 그토록 자비로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귀뚜라미는 이 땅굴을 혼자 힘으로 만들어냈는데, 왜 그 옆에서 집을 짓는 불청객들을 용인하는 것일가요? 이 귀뚜라미는 카나리아 한 마리 정도는 쉽게 잡아먹을 수 있지만 공격성 없이 바로 옆으로 지나가고, 카나리아들이 깊은 굴 속에 낳아둔 영양만점의 알도 입맛조차 다시지 않은 채 지나갑니다.
그 이유는 이 건조지대에서 귀뚜라미와 핀치 사이에 놀라운 공생관계가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귀뚜라미는 힘과 방어력이 좋지만 시력은 아닙니다. 때문에 굴에서 흙을 퍼내거나 비가 온 뒤에 성장한 식물을 먹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가 기다리던 새들에게 잡아먹히기 쉽습니다.
때문에 귀뚜라미는 작고 위협적이지 않은 종류의 새와 집을 공유하는 대가로 포식자의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경보 시스템을 제공받습니다. 새들은 굴 밖에서 먹이를 찾을 때 아주 작은 위험에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만일 귀뚜라미에게 새들이 밖에서 먹이를 찾는 것이 보인다면, 위험하지 않으니 밖에서 먹이를 먹어도 된다는 신호가 됩니다. 만일 새들이 위험을 감지하면 경보음을 알리고 빠르게 굴 속으로 돌진하는데, 이것은 귀뚜라미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더라도 경보가 됩니다.
굴 밖에서 귀뚜라미는 절대 새보다 입구에서 멀어지지 않고 그 사이에 머물며, 새들 중 하나와 항상 물리적 접촉을 유지합니다. 만일 이 접촉이 끊어지면 귀뚜라미는 재빨리 굴로 도망치는데, 그때 새는 종종 굴로 돌아와서 귀뚜라미를 다시 굴 밖으로 이끌어냅니다.
지상에서 새가 위험을 알려주는 대가로 귀뚜라미는 새들을 지켜주며, 휴식 시에는 입구를 막고 둥지로 들어오려는 더 위험한 침입자들을 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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