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줄 없는 번지점프를 해야 하는 새. 흰뺨기러기(Barancle Goose)입니다.
이 기러기는 북극여우나 북극곰 같은 포식자들로부터 알을 지키기 위해 높은 절벽에 둥지를 짓는데,
어미 기러기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지 않기에 새끼들은 출생 후 며칠 안에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 습지로 향해야 합니다.
물론 몸무게가 가볍고 솜털이 있어 완충 작용을 해주기는 하지만 이 줄 없는 번지점프에서 추락사하는 새끼가 꽤 많으며, 어미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온 북극여우도 새끼새들을 노립니다.
이 때문에 새끼 흰뺨기러기의 절반이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합니다.
여담으로 흰뺨기러기의 영문명인 Barancle Goose(따개비 거위)이 만들어진 재미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세 영국인들은 매년 겨울 흰뺨기러기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이들의 둥지가 어디 있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영국에서 월동하는 흰뺨기러기 개체군은 그린란드와 북극해 스발바르제도에서 번식합니다)
그러던 중 해변의 유병목 따개비(Goose barnacle)가 흰뺨기러기와 비슷한 색깔을 띈다는 점에서 착안, 이들이 따개비에서 생겨난다고 믿게 된 것이죠.
하지만 19세기 그 유명한 찰스 다윈이 따개비를 연구하면서 흰뺨기러기가 따개비에서 탄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매우 만나기 힘든 새로, 2014년 10월 천수만 간월호에서 한 마리가 길잃은새로 발견된 것이 유일한 공식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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