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assin grass, gluetrap trees, and an ecosystem once more in flux
암살초, 끈끈이덫나무, 그리고 생태계의 급변
우리는 지금 작열세 말기에 있습니다. 이 시점까지 세리나는 1억 년 이상의 안정기가 이어져 왔으며, 이는 많은 동식물 군집의 장기적 생존에 적합한, 안정적 기후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탄생한 지 100만 년도 안 된 신생 식물 군집 하나가 지금 이 모든 것을 뒤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암살초(Assassin grass)는 최근 새롭게 진화한 열대 및 온대 초원의 풀로, 자생지의 경쟁자를 줄이기 위해 매우 극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을 발전시켰습니다. 이 풀들은 잎 조직에서 강력한 제초 성분을 생성하도록 진화했으며, 암살초 스스로는 이에 대한 면역을 가지도록 적응했습니다.
암살초의 잎 가장자리에는 액체가 들어 있는 작은 구슬 구조들이 형성되어 있는데 쉽게 터지면서 무색무취 화합물을 방출합니다. 이 구슬은 동물의 움직임에 쉽게 터지지만 이게 주 기능은 아닙니다. 이 구슬의 주 목적은 다른 풀들의 규산질 잎 끝과의 마찰로 파괴되는 것입니다. 이때 방출된 유해물질은 경쟁 식물의 잎 조직에 흡수되고, 접촉한 줄기는 며칠 내로 고사하게 됩니다.
암살초의 제초 성분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여러 종류의 설포닐우레아(Sulfonylurea) 계열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독 내성이 없는 다른 식물의 아미노산 합성을 방해해 점진적으로 고사시킵니다. 이런 방어기제 발달의 기원이 대(對) 초식동물 방어일 가능성은 낮지만, 이 화합물은 부수적인 효과로 동물에게 고혈당(Hyperglycemia)을 유발해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암살초는 즉효성 독초는 아니라서 소량만 섭취하면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암살초가 경쟁 식물들을 대부분 제거한 지역에서 장기간 먹이활동을 하는 초식동물들은 병에 걸릴 수 있고, 심하면 고혈당 쇼크(hyperglycemic shock)에 빠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암살초를 기피하며 다른 먹이가 고갈되었을 때만 어쩔 수 없이 섭취하게 되고, 덕분에 암살초는 성장을 거의 방해받지 않고 빠르게 확산할 수 있게 됩니다.
암살초는 경쟁 식물이 거의 없고, 동물들이 선호하는 먹이원도 아니기에 넓고 개방된 서식지를 빠르게 장악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매우 성공적인 개척종(Pioneer species)으로서 산불,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로 공백이 된 자리에 가장 먼저 등장하고 확산되는 종입니다.
암살초는 숲의 자연스러운 천이(遷移) 과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숲을 형성하는 식물의 새싹과 묘목들은 암살초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자리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암살초는 다른 식물의 새싹을 마모시키고 독성을 방출해 묘목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암살초는 50만 년 동안 공격적인 적응 능력을 통해 다른 식물들과의 경쟁에서 엄청난 우위를 점해왔고, 그 결과 세리나 전역 수백만 에이커의 산림 샘태계를 파괴하고 이들의 영역으로 삼았습니다. 현재 일부 환경에서는 암살초가 전체 식물 생물량의 99%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새들이 암살초의 종자를 먹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대형 동물들은 이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로 인해 이 초원지대는 생태학적 사막과 같아서 확산되는 곳마다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세리나의 고유 동식물 군집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격의 깃발도 올라왔습니다. 암살초의 독성 화합물에 대한 저항력을 획득한, 그러면서 초식동물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계통의 풀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또한 대(對) 설포닐우레아 저항력을 가진 나무도 한 종 등장했습니다. 넓은잎해바라기나무(Broad-leaved sunflower tree)과에 속하는 이 나무는 단풍나무를 닮았고, 성장이 빠르고 가지가 무성한 수관, 큰 갈래가 진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나무의 씨앗 꼬투리는 삼림 생태계의 동물들에게 좋은 먹이가 됩니다.
이 나무는 같은 과에 속하는 일부 친척들과 달리 공생개미 대신 끈끈한 수액을 분비해 자신을 보호하는데 곤충들이 조직을 물어뜯으면 턱이 엉겨붙거나 기문이 막혀 질식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수액 자체는 독성이 없으며 대부분의 고등동물의 소화관에서 쉽게 분해됩니다.
특징에 적절하게도 ‘끈끈이덫나무’라 불리는 이 나무는 원래 관목에서 진화했기에 울창한 수관 아래 음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으며, 암살초가 햇빛을 독차지에 지면에 햇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초원에도 발아하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끈끈이덫나무(Glutrap tree)는 발아 후 천천히 성장하다가 수관을 뚫고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시점부터는 급격히 자라고, 숲을 형성한 뒤 두꺼운 가지로 수관을 만들어 풀들을 가립니다.
광량이 풍부한 환경에 적응한 암살초가 그늘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들어버리면 다른 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개미과 공생 관계인 해바라기나무를 포함한 다른 나무들도 정착해 새로운 숲 생태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숲에서 잘 살아남지 못하는 식물도 있는데, 바로 개미와 공생하는 대나무 나무들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개척 식물로 진화해 햇빛이 잘 드는 개방된 환경에 적응했지만 성숙한 나무들이 무성한 그늘에서는 잘 싹을 틔우지 못합니다. 일부 종들은 묘목 시기에 한동안 하층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적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수명이 긴 해바라기나무들에게 밀려납니다. 숲이 극상 상태로 천이될수록 대나무들은 설자리를 잃게 됩니다.
이제 세리나 전역의 삼림 생태계가 6천만 년 만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때 대나무 나무들은 다양한 종으로 분화하며 세리나의 지배 식물군으로 번성했지만, 앞으로 2,500만 년에 걸쳐 해바라기나무과 식물들에게 철저히 영토를 빼앗기고 끈끈이덫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입니다. 결국 대나무 나무들은 매우 특별한 생태 지위를 가진 종들만이 남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운 좋은 몇몇 종들은 해바라기나무의 시대에도 살아남을 것인데, 대표적인 예가 댕그로브와 이들의 후손격인 바다 대나무들입니다. 이들은 대부분의 경쟁자들이 살 수 없는 생태적 틈새를 공략함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개미와의 공생관계는 바다 대나무와 바다개미, 그리고 일부 해바라기나무 속에서 열화판으로나마 유지될 것입니다. 원래 이 광생관계는 대나무 개미나무들과 경쟁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지만, 작열세 말기 세리나의 대나무 개미나무들의 다양성이 급감하면서 그 역할도 축소될 것입니다.
출처:
Serina: A Natural History of the World of Birds - Assassin Grass, Gluetrap Trees, and an ecosystem again in transition
150 Million Years Post-Establishment
sites.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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