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ks and Bonebeaks
랭크와 뼈부리새
키란 제도의 역사에서 육상 포식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키란 제도에서 살아가는, 날지 못하는 새들은 대부분 매카나리아나 해양성 맹금류 같은 하늘의 포식자들을 경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야행성 조류는 극히 드물었기에 많은 새들이 야행성으로 진화했으며 연훼(軟喙)성 조류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소행성 충돌 이전까지 키란 제도에는 모아(Moa, 뉴질랜드에 살았던 중대형 조류) 같은 초식성 대형 조류들이 서식했고, 이들을 사냥하는 대형 육식 조류들도 존재했습니다. 개중에는 날개 폭만 15피트(4.5미터)에 달하는 독수리 크기의 매카나리아도 있었지만, 이들은 먹이원인 대형 동물들의 멸종을 버티지 못하고 함께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섬의 생태계가 회복되자마자 동서에서 흘러들어온 새들이 키란 제도에 다시끔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시 명금류와 물새, 철새, 뜸부기를 닮은 새들이 세리나 9,000만년기까지 자리잡았으며, 이는 연훼성 조류들이 지상으로 진출해 진화하던 시기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손님들 중 하나는 키란 제도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세리나 9,500만년기 –지금으로부터 약 5,500만 년 전- 남서쪽에 위치한 남안치스카(South Anciska)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대형 ‘황새’ 종이 키란 제도에 진출했습니다. 날개 폭 3미터에 사람만큼 큰 키, 장창 같은 부리를 가지고 있던 이들은 본래 하천 수변부에서 활동하던 포식자였지만 키란 제도에 도착하자마자 섬 서열 1위의 육식동물로 등극했습니다. 이 거대한 새들은 식성 전환에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키란 제도의 소형 지상성 조류와 대형 조류들의 먹이는 이들에게 손쉬운 사냥감이었기에 곧 이 ‘황새’들은 육상에서의 사냥에 빠르게 적응했습니다. 원래 철새였던 이들은 키란 제도의 풍부한 먹이원에 적응해 텃새로 바뀌었고, 굳이 날아다니며 사냥할 필요도 없었기에 비행의 필요성도 줄어들었습니다. 이 새로운 이주자들은 수백만 년에 걸쳐 비행 능력을 버리고 다양한 형태의 지상성 육식동물, 이름에 걸맞는 타아카레웨라(Taakarewera, 마오리어로 ‘악마 황새)로 진화했습니다.
이 새롭고 매우 효율적인 포식자 집단이 등장하면서 키란 제도에서 날지 못하는, 모든 소형 조류들은 진화적 압박에 직면했습니다. 날지 못한다는 특징이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 방어수단을 발달시키기도 전에 잡아먹혀 멸종한 종들도 있었으며, 이후 키란 제도로 새롭게 이주한 새들 중 비행능력을 상실한 종은 극히 드물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비행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새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킁킁이새와 코끼리핀치의 조상이었던 연훼류 조류들은 두 가지 전혀 다른 길을 골랐습니다.
지하생활을 하던 원시적 종들은 조상들의 영역에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새로운 포식자들 때문에 낮에 굴 밖으로 나갔다가는 잡아먹힐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한편 지상으로 진출한 코끼리핀치 조상들은 사냥꾼을 피하기 위해 덩치와 속도 중 하나를 양자택일해야 했습니다. ’황새‘들은 다리가 길었지만, 풀숲이나 덤불을 천천히 걸어다니다 움직이는 먹잇감을 위에서 부리로 낚아채는 사냥꾼들이었기에 빠르게 달리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사냥한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데 특화되어 고기를 찢어내는 능력은 부족했고, 입에 넣지 못하는 크기의 먹잇감을 사냥할 수 없었습니다.
초기 코끼리핀치들은 이런 포식압에 대항해 ’황새‘의 등장 이후 빠르게 덩치를 키우거나 길고 날씬한 체형, 발톱을 변형시킨 발굽을 통해 속도에 투자했습니다.
Lanks
랭크
랭크(Lank)는 비쩍 마른 체형의 대형 타아카레웨라로 가장 큰 개체는 키 20피트(6미터)에 달합니다.
이들은 키란 제도 최대(最大)의 포식자이자 키란 제도의 최장신 육식동물로, 1.8미터까지 자라는 긴 부리를 이용해 통째로 삼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사냥합니다.
중생대 지구의 익룡들처럼, 랭크 역시 키 높은 식생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길목에 있는 소형 동물들을 발견하는 족족 낚아채 집어삼킵니다.
랭크는 낮과 자정에는 덤불 속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일출과 일몰 전후 몇 시간 동안 가장 활발히 활동하면서 굴에서 나오는 새들을 잡아먹습니다.
또한 한번에 삼키기 힘들 정도로 큰 먹잇감은 부리를 창처럼 찔러 잡은 뒤, 땅에 후려쳐서 살점을 뜯어내 먹습니다.
랭크는 보통 한 쌍 단위로 작은 동물을 몰이사냥하거나 큰 동물을 함께 쓰러트리며, 무리에서 떨어진 새끼나 약한 개체를 노립니다.
랭크는 덩치가 커서 울창한 밀림보다는 개활지인 초원 지대를 선호하며, 숲과 덤불 가장자리에서 사냥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됩니다.
황혼 무렵 랭크 두 마리가 초원에서 먹이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한 마리는 킁킁이새를 굴에서 낚아챘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결국 산 채로 삼켜지게 될 것입니다.
밤에 울려퍼지는 랭크 특유의 울음소리는 키란 제도의 가장 상징적인, 그리고 가장 공포스러운 소리 중 하나입니다. 랭크는 한 쌍 단위로 영역을 이룬 채 다양한 높낮이의 저음대 노래를 부르며 경계를 지킵니다. 랭크의 노랫소리가 들리면 이를 들은 다른 쌍들도 응답의 노래를 부르고, 맑은 날 밤에는 이 노랫소리가 상당히 먼 거리까지 전해지며 황혼 무렵 외계 생물들이 합창하는 듯한 소리로 변합니다. 작은 동물들에게는 장송곡이나 다를 바 없고, 대형 초식동물 무리조차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랭크는 덤불이 우거진 곳에 둥지를 틀고 한 번에 한 개의 알을 낳습니다. 부화한 새끼는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있을 때까지 1년 이상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며 성성숙까지는 10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일단 성체가 되면 천적이 없기에 80살까지 살 수도 있습니다.
Bonebeaks
본비크(골훼류, 骨喙類)
본비크(Bonebeak)는 키란 제도에 서식하는 타아카레웨라 세 종을 묶는 분류군으로, 랭크와 같은 조상에서 기원했지만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랭크가 키가 크고 비쩍 마른 체형이라면, 본비크는 다부지고 근육질 체형에 밝은 색상의 강력한 부리를 가졌습니다. 각질 볏이 달린 이들의 부리는 큰 사냥감을 물고 쓰러트리는 데 특화되었습니다. 부리는 앞부분의 날카로운 톱니 같은 구조를 통해 고기를 뜯어내는 한편 뒷부분을 통해 뼈를 부수도록 진화했습니다. 본비크의 몸집은 작지만 다부졌으며, 큰 머리와 가는 다리를 가지고 있어 단거리 달리기에 특화되어 주금성 코끼리핀치를 주식으로 합니다.
날개는 랭크보다 작지만 완전한 흔적기관은 아니라서 달릴 때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합니다.
사냥할 때는 먹잇감의 옆으로 접근해서 두개골 바로 뒤쪽의 목 부분을 물어뜯으며, 끝이 갈고리처럼 아래쪽으로 휘어진 부리를 이용해 코끼리핀치를 땅에 처박은 뒤 척추를 부러트리거나 기도를 절단해 제압합니다.
가장 큰 본비크는 키 8피트(2.4미터)에 체중 300파운드(136kg)에 달하며, 한 쌍이 협력하면 가장 큰 코끼리핀치를 포함해 키란 제도의 모든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랭크에 필적하는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다른 두 종은 100~200파운드(45~91kg) 정도로 더 작지만 다리가 길어서 빠른 먹잇감을 사냥하는 데 적합합니다. 본비크 세 종은 모두 뼈를 부숴 골수를 먹을 수 있기에 키란 제도의 유일한 청소동물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북쪽 섬과 남쪽 섬에 사는 소형종 2종은 더 큰 친척인 대왕본비크(Giant bonebeak)에게 잡아먹히기도 하지만, 제도 전역에 분포하는 대왕본비크는 천적이 없어 랭크조차 피합니다.
남섬본비크(South-island bonebeak) 한 쌍(수컷이 왼쪽, 암컷이 오른쪽)이 갓 잡은 흰뺨영양핀치(White-cheeked gazellefin)를 먹고 있습니다. 영양핀치는 키란 제도의 사바나 평원에 서식하는 초식성 코끼리핀치로, 본비크 소형종의 주요 먹이입니다(대왕본비크는 더 크고 느린 먹이를 선호합니다).
출처:
https://sites.google.com/site/worldofserina/the-thermocene-75/lanks-and-bonebeaks
Serina: A Natural History of the World of Birds - Lanks and Bonebeaks
For most of the Kyran Islands history there were very few ground-based predators, and the great majority of flightless birds had only aerial threats to fear, namely falconaries and predatory sea birds. Of these, few were active at night, resulting in many
sites.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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