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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나 - 새들의 세계/판게아세

세리나: 새들의 세계 - 2억 1,500만년 기 - 로릴라와 늑대슈라이커

by 웅크린 바람 2025. 11. 18.

The Lorilla and the Wolf-shrike

로릴라와 늑대슈라이커

 

 

비가 그쳤고, 늙은 왕의 시대도 끝났습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숲이 우거진 언덕과 드넓은 늪지 사이의 기름진 땅을 다스렸고, 경쟁자들로부터 하렘을 지켜내며 많은 후손을 남겼습니다. 전성기의 그는 강건한 몸에 푸른 광택이 도는 깃털 아래로 팔 근육이 물결치듯 출렁였습니다. 온키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로릴라(Lorilla), 거대한 몸으로 나무를 내려와 숲과 초원의 접경지역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범이 될 만했습니다. 그는 공터에서 잎과 과일, 곤충을 찾아 먹었고, 그늘진 숲 사이로 물러나 쉬었습니다.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이는 드물었고, 살아남아 그 이야기를 전한 이는 더더욱 드물었습니다. 노련한 전사였던 늙은 왕은 모든 도전자들을 쓰러트리며 영원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지난 2주간 젊은 도전자 하나가 늪 가장자리를 어슬렁대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늙은 왕이 냄새를 맡고 물가로 달려올 때마다 물러나 왕은 그를 겁쟁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얼쩡거리는 침입자를 손쉽께 쫓아내기를 매일 반복하던 왕은 자만에 빠졌고, 나중에는 선을 조금 넘는 것에 그친 이 풋내기를 대충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늙은 왕은 적이 외부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하렘의 세 암컷은 다른 수컷들과의 싸움에 정신이 팔려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지키는 일에는 소홀한 왕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지만, 아직 남아 있던 새끼들 때문에 어떻게든 참고 있었습니다. 새 수컷이 하렘을 차지하면 자신이 낳지 않은 새끼들을 모두 죽일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새끼까지 맹수에게 잡아먹혔는데도 수컷은 눈치조차 채지 못했고, 제동이 사라진 암컷들은 왕을 몰아내기 위한 쿠데타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는 예전과 다름없이 태연한 표정을 짓고 시선도 멍해 보이게 위장했습니다. 그러나 로릴라 사회에서 결정적인 순간 방향을 정하는 쪽은 암컷들로, 수도 많고 판을 읽고 움직이는 데 능숙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오늘 거사를 일으켰습니다.

 

 

암컷들은 늙은 왕을 폭우가 내리는 초원으로 유인했습니다. 늙은 왕은 내키지 않았습니다. 빗발에 시야가 흐려지고, 빗물은 냄새를 흙 속으로 씻어내렸으며, 잎사귀를 두들기는 장대비 소리는 청각까지 약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늙은 왕은 암컷들을 그냥 둘 수 없다 생각해 짧게 짖어 항의하면서도 뒤를 따라가 숲 가장자리 은신처로 유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암컷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놓쳐버렸고, 혼란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냄새의 길 하나밖에 쫓지 못하다가 셋 모두의 자취를 잃었습니다. 늙은 왕은 답답함 속에서 주먹으로 땅을 내려치며 낮게 포효했습니다.

 

 

폭우가 여전히 귀를 어둡게 했고, 늙은 왕은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암컷들은 늪지로 들어가 물로 냄새를 감춘 뒤 숲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곳에는 침입자가 기다리고 있었고, 이전부터 늙은 왕이 잠든 사이 은밀하게 접선하고 있었습니다.

암컷들은 침입자를 새로운 왕으로 옹립했고, 이를 공식화하기 위해서는 옛 왕을 몰아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폭우가 잦아들고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려오는 순간이 도전자에게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도전자는 숲 속에서 뛰쳐나와 비탈을 질주했고, 전신의 체중을 실어 늙은 왕의 뒷통수를 강타해 순식간에 싸움이라 부르기 힘들 승부를 끝냈습니다. 두개골이 부서진 늙은 왕은 경련을 일으키며 축축한 풀밭에 쓰러졌고, 도전자는 목을 짓눌러 숨통을 끊어버렸습니다.

주변을 배회하던 청소동물들이 이변을 눈치챘습니다. 쉬라이커 계통 바닷새의 후손인 늑대슈라이크(Wolf-Shrike)는 피 냄새에 즉시 반응하는 기회주의자로, 뛰어난 후각을 통해 먹잇감을 발견하면 날카로운 울음소리로 반경 800미터 안에 있는 동료들을 불러모아 만찬을 즐깁니다.

 

사실 늙은 왕은 강하고 굳건했지만, 새로운 왕은 영리하고 셈이 빨랐습니다. 암컷들은 그를 둘러싼 채 표정변화 없이 이 모든 장면을 거리를 둔 얼굴로 지켜보았습니다. 언듯 보면 로릴라 암컷들은 수컷들의 지배에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며 실제로 노골적인 반항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복종하기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이 새 수컷은 제법 유망해 보이고, 곧 암컷들은 새 왕에게 호의를 보이며 승리의 기분을 살짝 북돋워 줄 것입니다. 다만 그 호의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새로운 암컷들의 기대를 만족시킨다면 전임자와 같은 불행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May long live the queens.

여왕이여, 영원하소서.

 

출처:

https://sites.google.com/site/worldofserina/the-pangeacene-188---250-million-years/the-lorilla-and-the-wolf-shrike

 

Serina: A Natural History of the World of Birds - The Lorilla and the Wolf-shrike

The rain is over, and so is the reign. The old king is dead. For three years, he maintained control over this lush territory between the forest hills and the sprawling swamps. He kept his harem safe from rivals, and sired many offspring. He was in his p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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